나에게/열아홉

감정이 밀려오는 날

cO3Ob 2021. 10. 13. 01:47

앞으로 있을 것들에 대해 생각하면서 떨다가

갑자기 목구멍이 콱 막혔다.

명치에서부터 막혀 차마 넘어오지 못했던 답답한 응어리 같은 감정을 무더기로 밀려온다.

지난날에 대한 후회아닌 후회와

어차피 나는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어리석은 믿음이

찬 바람을 타고 넘실댄다.

어제와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바람 냄새가 났다.

내가 추운 날을 좋아하는 것은

그저 내가 태어난 날이 추워서가 아니라

겨울이 주는 특유의 포근함, 날카로움, 매서움, 그리움, 아픔이 나에게 큰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을 떠올리는 것이

또 지난 날의 나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이

그리워서이다.

그날의 나를 만나면

너는 혼란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지만,

그 아이는 분명 혼란스럽고, 절망적일 날이 올 테니

그걸 아이는 스스로 잘 버텨낼 테니

그냥 먼발치에서 오랫동안 눈에 담아보기나 해야지

 

어떠한 감정의 구렁텅이로 빠졌을 때를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