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곯고 곯았던 나의 마음에게
첫번째 공황발작
작년 초봄에 처음으로 공황발작이 왔다.
가장 먼저 든 감정은 불안이었다.
이내 불안은 급작스럽게 공포심으로 바뀌었다.
어디론가 도망가야 할 것 같은데, 갈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고
어디로 가야 하지, 뭘 해야 하지를 속으로 반복하며
어지럼증과 함께 숨을 쉬기 힘들어졌다.
15분에서 20분 가량 공황상태가 지속되다 차츰 진정되었다.
두번째 공황발작과 응급실
같은 달 말, 새벽 늦게까지 레포트를 쓰고 잠시라도 눈을 붙이려
기숙사 침대에 누웠다가 30분을 채 못 자고,
극심한 두근거림과 공포, 과호흡 증상이 일어났다.
일단 공용 화장실에 가서 호흡을 가다듬으려 하였지만 조금도 괜찮아지지 않았다.
이대로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에 119에 연락하였다.
목소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문자로 신고했고,
난생 처음 앰뷸런스를 타고 시내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진정제 투여뿐이었다.
응급실에서 진료해주신 의사선생님께서 이렇게 젊은 사람이 뭐가 그렇게 힘들게 해서 이리 아프냐고 했다.
정신과 진료가 필요해보이니 꼭 내원하라 하셨다.
응급실에서 진정제를 다 맞고 수납을 하고 나니 아침 8시 30분이 다 되었다.
속에는 잠옷을 입고 겉에 과잠,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추레한 차림으로
곧장 응급실 주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걸어갔다.
첫번째 정신과진료
병원 영업 시작 시간에 맞춰 정신건강의학과에 갔다.
사실 당일 접수는 받지 않지만, 꼴이 말이 아닌 나를 보곤 접수해주셨다.
새벽에 응급실에 갔던 것을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검사를 했다.
나는 불안장애와 약간의 우울증을 진단받았다.
약 처방도 받았다.
항우울제로 뉴프람 5mg, 공황에 대비하여 알프람 0.25mg
약을 먹고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차분해지고, 손발에 땀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심하게 두근거리고 내 심장 소리가 거슬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 정신과진료와 투약 중단
3주 후, 두번째 내원을 했다.
상담을 받고, 또 약 처방을 받았다.
전과 동일하게 뉴프람, 알프람에
두근거리는 것을 잡아줄 인데놀이 추가되었다.
약을 꾸준히 복용하다가
임의로 투약을 중단했다.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뭔가 약을 먹으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담당의와 상의 없이 임의로 중단했다.
4주 뒤, 진료를 취소했다.
공황 재발
투약을 중단하고 4주 뒤, 우울감과 함께 공황이 왔다.
전과 같이 심한 발작은 아니었으나 분명 공황이었다.
'나는 평생 아프겠구나,
평생 건강하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2달 뒤, 공황발작이 올 것 같은 낌새를 느껴 알프람 1정을 복용했다.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공황발작이 다시 왔다.
이번에는 약을 먹지 않고 버텨보았다.
연말 건강검진 채혈 중 손을 시작으로 몸이 떨렸고, 공황증세와 더불어 구역질이 났다.
그리고 올해 4월,
다시 약물치료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