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가 다가와 묻습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으냐고
자신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면서요
나는 대답합니다
한 시라도 늦출 수 있다면 늦출 것이라고요
어른이 되기까지 말입니다
아이의 눈은 반짝이는 보석처럼 맑게 빛납니다
나는 아이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아이가 다시 묻습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요
이번엔 묻기만 하고 가만히 가만히 기다립니다
나는 운전 면허를 따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이의 눈이 반짝 빛납니다
그러곤 또 아무 말이 없습니다
잠시의 침묵을 새소리가 와 깹니다
아이가 말합니다
자신은 새가 되었으면 좋겠답니다
왜 그러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말했습니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고요
아이가 말합니다
자신은 글을 꽤 잘 쓴다고요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는군요
나는 가만히 가만히 저 먼 하늘을 바라보기만 합니다
아이도 가만히 가만히 바라봅니다
- 가장 싫어하는 어린 날의 내 모습을 본 후에 아마도 같은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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