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나는 먼지입니다
이 세상으로 날아든 작은 먼지
넓디넓은 이곳에서 아등바등하는
언젠가 훅 사라져 버릴 먼지입니다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결국에는 없었던 것처럼 여겨질
그런 아주 작은 먼지
아득바득 버티다 어느 순간 사라질 테지만
이 세상에 머무는 동안에는
예쁘게 반짝거리는 기억만 담아가고 싶은
아주 작은 바람입니다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오늘을 살아가는 먼지는
작은 꿈을 꿉니다
내가 잊힌다면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곳에 머물며 얻은 예뻤던 기억을
고이고이 모아
반듯하게 펴서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저 밤하늘에
조각조각 새겨넣고 싶다는 꿈이요
내가 보는 지금의 밤하늘은
흐리고 탁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내가 잊힐 때면
그곳에 새겨진 작은 기억 조각들이
반짝반짝 빛날 거예요
그럼 그때의 밤은 조금 더 따뜻해지겠죠
어찌 보면 나는
먼지보다도 더 작은 존재입니다
이 세상이 조금은 더 포근해지길 바라는
나는 먼지입니다
작년 고등학교 2학년 때, 문학 시간 과제 겸 과세특에 반영한다고 해서 썼던 시인데,
결국 내지 못했다.
나도 안다.
내 글은 정말 재미가 한 톨도 없다는 것을
근데 뭐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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