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어릴 적에는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에는 알았다.
그걸 이룰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에는 여유가 부족했다.
사실 진짜 이유는 내가 다른 이들만큼 간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선생님께 말했다.
간절하지 않아서 더 이상 꿈꿀 수 없게 되었다고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세상에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그러니 괜찮을 거라고 너는 아직 어리다고 말이다.
내년에 나는 성인이 된다.
그 말을 들은 지 벌써 7년이나 지났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간절함이 곧 꿈이고, 그것을 이룰 의지라고 생각하는 나는 절대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머물러있다.
나는 내가 조금은 발전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확실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졌다.
그 목표를 바탕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했고, 3년 동안 생활기록부를 채워왔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거의 다 왔는데,
이제 와서 또 나는 슬픔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 것이다.
나에게 있어 고등학교 3년은 많은 것을 했지만,
손에 움켜쥔 모래알 뭉치마냥 손 틈 사이로 술술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다.
수능을 앞둔 지금이 더욱 그렇다.
면접을 준비하면서, 나의 진로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꼭 이루자고 다짐했던 그 꿈은 온데간데없고,
남은 것은 미래 생계에 대한 걱정과 취업에 대한 것들뿐이다.
내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위해서 나는 공부를 더 많이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의 이런 생각들은
결국 어떤 대학에서든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해야겠다는 결심만 남겼다.
우울의 연속
삶에 대한 의심
자책과 분노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를 원망
이것들이 끝없이 나를 벼랑 끝으로 밀어냈다.
그렇게 한참을 우울감에 빠져있다가도
나를 금방 일어섰다.
그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듯이 털고 일어났다.
나는 가끔은 그것들을 즐겼다.
우울증에 빠진 나의 그 몽롱한 상태를 나름 좋아했다.
오랜 시간 끝에 내가 깨닫게 된 나의 꿈은
무엇인가를 창작해내는 것이다.
나도 알고 있다.
앞으로의 나의 삶은 그리 여유롭지 않을 것이고,
결정적으로
그걸 하기엔 나는 충분히 간절하지 않고
뛰어난 것도 아니다.
그냥 이때까지 꾼 꿈들처럼
그저 좋아하는 것뿐이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일 순위로 둘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침묵한다.
그렇게 또 반듯하게 미래를 향한 길을 닦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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